젬이 / 채륜서 / 2024년 07월 28일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지만,
하루씩 채우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인스타에서 자주 챙겨보던 작가님이 내신 책이다. 지금은 지워졌지만 연애 관련한 글도 재밌게 봤고, 인간관계나 성격, 일상 글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자주 챙겨봤다. 만화나 블로그 글을 보면 작가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랑 똑같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다. 이번 연도부터 자주 느꼈던 불안함과 헛헛함도, 결국은 책 제목처럼 잘 살고 싶어서 그랬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나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안 좋게 말하면 변화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한 번 해본 일은 망설임 없이 도전할 줄 알고, 잘 해내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은 이런 식으로 장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나는 유독 나의 단점에만 집중하고, 상반된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내가 무던한 사람이었다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텐데'라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책을 읽다 보니 든 생각은 이런 생각도 언젠간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글도 5년 뒤쯤 보면 귀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관계에서 정답을 찾고 싶어 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사람은 계속해서 변하는데도,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싶어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혼란스러움만 커져갔다. 사람들을 좋아할수록 기대되는 것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받은 상처도 커졌다. 처음엔 기대를 접으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기도 하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물론 생각대로 되진 않았다. 최소 10년 정도는 작은 호의에도 쉽게 감동받고, 어떤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줬더라도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와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을 쉽게 미워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켜온 게 틀렸다는 거 알게 됐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차피 희미해질 감정이라면 그냥 최대한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낫다는 것도. 사실 아직까진 쉽지 않은 것 같다. 임시방편으로, 기대하지 않기 위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놓고 살아간다. 연락에 답장해도 답장이 안 올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들? 덕분에 연락에 노력을 덜 쓰게 되기도 했다.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 방법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부딪히고 깨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내 주변엔 나와 정반대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가 혼자 깊게 생각하던 것들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말하다 보면 가벼운 이야기가 된다. 사실 답은 간단한데, 내가 외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어렵게 생각하던 것들도 가볍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내가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귀찮아하던 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얘길 듣는 걸 좋아하게 됐다. 물론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진 않지만, 비즈니스적으로든 소소한 일상에서든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대화가 끝나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내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고, 내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이해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곁에 둬서 다행이다.
사실 요즘도 불안함을 느끼고 있긴 하다. 상반기에도 느낀 비슷한 감정들을 다시 느끼고 있다. 이전까진 불안함을 느끼는 나 스스로가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젠 그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다. 나는 계속 불안하고 답답했어도 결국 잘 해냈고, 잘 해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불안할수록 더 노력하게 됐다. '불안함 = 잘하고 있음'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두고 삶에 적용하고 있다. 망설이게 되는 것들도 냅다 해버리면, 망설였던 이유도 별 거 없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그럼 다음엔 망설임 없이 더 빨리 도전할 수 있다. 물론 결과가 안 좋더라도 도전 자체를 후회하기보단 경험으로 삼고 보완할 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다음번에 도전할 땐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후회하고 자책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 미련과 후회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도록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간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부터 전혀 다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년의 나는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니까 가능성을 열어 두고 내 할 일만 열심히 해내면 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순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다. 누구나 기댈 수 있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기준을 남에게 휘두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